프리랜서계약서 쓰는 방법, 초보자가 꼭 넣어야 할 조항

프리랜서계약서가 필요한 순간
얼마 전 지인이 로고 디자인 일을 맡았다가 수정 범위 때문에 꽤 오래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간단히 해주면 된다”는 말로 시작했는데, 시안 3개가 8개가 되고 색상 수정이 계속 이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일이 생기면 금액보다 더 힘든 게 기준이 없다는 점입니다.
프리랜서계약서는 거창한 법률 문서라기보다 서로의 약속을 글로 고정하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작업 범위, 지급일, 수정 횟수, 저작권, 중도 해지 조건만 분명해도 분쟁 가능성이 크게 줄어듭니다. 특히 30만 원짜리 작업이라도 일정이 길거나 산출물이 남는 일이라면 계약서를 쓰는 편이 낫습니다.
처음 넣어야 할 기본 항목
프리랜서계약서에는 최소한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얼마에 하는지가 들어가야 합니다. 의외로 이 기본 항목이 빠진 계약서가 많습니다. “콘텐츠 제작 1건”이라고만 쓰면 블로그 글인지, 카드뉴스인지, 원고 분량이 몇 자인지 나중에 해석이 갈릴 수 있습니다.
- 계약 당사자: 이름, 사업자명, 연락처, 이메일
- 업무 범위: 작업물 종류, 수량, 분량, 포함 업무와 제외 업무
- 일정: 착수일, 중간 확인일, 최종 납품일
- 대금: 총액, 부가세 포함 여부, 계약금과 잔금 비율
- 지급일: 세금계산서 발행일 기준인지, 납품 승인일 기준인지
예를 들어 “상세페이지 제작”보다 “화장품 상세페이지 1종, PC 기준 10섹션, 원고 수정 2회 포함, 촬영 별도”처럼 쓰는 게 훨씬 안전합니다. 문장이 길어져도 괜찮습니다. 계약서는 멋진 표현보다 오해를 줄이는 표현이 더 중요합니다.
수정 범위와 추가 비용은 숫자로 쓰기
프리랜서 일에서 가장 자주 부딪히는 부분이 수정입니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조금만 바꾸는 일처럼 보이지만, 작업자 입장에서는 구조를 다시 잡아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수정은 “합리적인 범위 내” 같은 말보다 숫자로 적는 편이 좋습니다.
예시는 이렇습니다. “기본 수정 2회 포함, 최초 합의한 기획 방향을 바꾸는 수정은 별도 견적”처럼 적어두면 기준이 생깁니다. 영상 편집이라면 자막 오탈자 수정과 컷 재편집을 구분하고, 개발이라면 버그 수정과 기능 추가를 나누는 식입니다.
추가 비용도 미리 기준을 적어두면 대화가 편해집니다. 시간당 5만 원, 페이지당 10만 원, 추가 시안 1개당 15만 원처럼 정해둘 수 있습니다. 금액을 딱 정하기 어렵다면 “별도 견적 후 상호 동의한 경우 진행”이라고 써도 됩니다.
저작권과 사용 범위는 꼭 분리해서 보기
디자인, 글, 사진, 영상, 개발 산출물처럼 결과물이 남는 일은 저작권 조항을 대충 넘기면 안 됩니다. 많은 분들이 “돈을 받았으니 전부 넘긴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저작재산권 양도인지 이용 허락인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제공하는 문화예술 분야 표준계약서에서도 저작권 귀속과 이용 범위를 계약서에 명확히 두는 방식을 안내합니다. 일반 프리랜서계약서도 비슷하게 접근하면 좋습니다. 클라이언트가 어디에, 얼마 동안, 어떤 방식으로 쓸 수 있는지 적어야 합니다.
- 사용 매체: 홈페이지, 광고, SNS, 인쇄물 등
- 사용 기간: 1년, 3년, 영구 사용 등
- 사용 지역: 국내, 해외, 전 세계
- 2차 활용: 수정, 재판매, 템플릿화 가능 여부
- 포트폴리오 공개: 공개 가능 시점과 범위
특히 광고 소재처럼 성과에 따라 오래 쓰일 수 있는 작업은 사용 범위를 좁게 잡고, 추가 활용 시 별도 비용을 받는 구조가 자연스럽습니다. 반대로 클라이언트가 완전 양도를 원한다면 그만큼 단가에 반영하는 게 맞습니다.
계약 해지와 지연 상황도 미리 적어두기
계약할 때는 보통 잘 끝날 것만 생각합니다. 그런데 자료 전달이 늦어지거나, 담당자가 바뀌거나, 프로젝트 자체가 중단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계약서에 기준이 없으면 서로 감정이 상하기 쉽습니다.
프리랜서계약서에는 중도 해지 시 이미 진행한 작업의 비용을 어떻게 계산할지 적어두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기획안 제출 후 해지하면 총액의 30%, 1차 시안 제출 후 해지하면 50%, 최종본 제출 후에는 100% 지급처럼 단계별 기준을 둘 수 있습니다. 실제 비율은 작업 성격에 맞게 조정하면 됩니다.
지연 책임도 나눠서 적어야 합니다. 프리랜서가 납기를 어겼을 때의 처리, 클라이언트가 자료나 피드백을 늦게 준 경우의 납기 연장 기준을 함께 넣는 식입니다. “검토 지연 기간만큼 납품일도 자동 연장된다”는 문장 하나가 꽤 큰 역할을 합니다.
서명 전 확인할 것
계약서 초안을 받으면 바로 서명하기보다 소리 내서 읽듯이 확인해보는 게 좋습니다. 내가 실제로 할 일보다 넓게 쓰여 있지는 않은지, 지급 조건이 애매하지 않은지, 저작권을 과도하게 넘기는 구조는 아닌지 보는 겁니다.
계약서 파일명도 은근히 중요합니다. 최종본인지 헷갈리지 않게 날짜와 버전을 넣고, 이메일이나 전자계약 서비스에 기록을 남겨두면 나중에 찾기 쉽습니다. 카카오톡으로만 주고받은 약속은 검색하기 어렵고, 담당자가 바뀌면 맥락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프리랜서계약서는 상대를 못 믿어서 쓰는 문서가 아닙니다. 서로의 기대치를 맞추고, 일이 잘 끝나도록 길을 깔아두는 문서에 가깝습니다. 작은 프로젝트일수록 더 간단한 계약서라도 남겨두면 좋고, 금액이 크거나 권리 관계가 복잡하다면 전문가 검토를 한 번 받는 편이 마음이 훨씬 편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