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계약서 쓰는 방법, 처음 계약할 때 꼭 넣을 항목들

얼마 전 지인이 작은 디자인 외주를 맡았다가 꽤 난감한 일을 겪었습니다. 처음에는 배너 3장이라고 들었는데, 진행하다 보니 썸네일, 상세페이지 일부, 문구 수정까지 자연스럽게 붙어버린 거예요. 금액은 그대로였고요. 이런 일이 꼭 큰 프로젝트에서만 생기는 건 아닙니다. 30만 원짜리 작업에서도, 300만 원짜리 작업에서도 계약서가 흐릿하면 결국 누군가는 마음이 상합니다.
프리랜서계약서는 딱딱한 법률 문서라기보다 서로의 기대치를 숫자와 문장으로 맞춰두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말로는 다 이해한 것 같아도 막상 납기, 수정 횟수, 세금, 저작권 이야기가 나오면 기억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계약서 제목보다 실제 일하는 방식이 먼저입니다
문서 제목이 프리랜서계약서라고 해서 무조건 프리랜서 관계가 되는 건 아닙니다. 고용노동부 상담 안내에서도 계약의 이름보다 실제 근무 방식, 지휘·감독 여부, 시간과 장소의 구속성 등을 함께 본다고 설명합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회사 지시에 따라 일하며 다른 거래처 일을 하기 어렵다면 근로자성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결과물을 중심으로 일하고, 작업 방법과 시간 배분을 본인이 정하며, 프로젝트 단위로 보수를 받는다면 일반적인 용역계약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계약서 첫 부분에는 당사자 정보와 함께 업무의 성격을 분명히 적는 편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브랜드 소개서 디자인 제작 용역”처럼 무엇을 맡기는지 보이게 쓰는 식입니다.
- 계약 당사자 이름 또는 상호, 사업자등록번호나 주민등록상 생년월일
- 연락 가능한 이메일, 휴대전화, 주소
- 계약 기간과 실제 작업 기간
- 업무가 용역인지, 자문인지, 제작인지 구분되는 설명
업무 범위는 친절할수록 돈이 됩니다
프리랜서계약서에서 가장 자주 싸움이 나는 부분은 “어디까지 해주는 일인가”입니다. 의뢰인은 당연히 포함된 줄 알고, 작업자는 당연히 별도라고 생각하는 지점이 꼭 생깁니다. 그래서 업무 범위는 추상적인 표현보다 손에 잡히는 단어로 적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SNS 콘텐츠 제작”이라고만 쓰면 너무 넓습니다. “인스타그램 피드 이미지 10장, 카드뉴스형 5장, 단일 이미지형 5장, 원고는 의뢰인이 제공”처럼 적으면 훨씬 낫습니다. 파일 형식도 중요합니다. JPG만 넘기는지, 원본 PSD나 AI 파일까지 넘기는지에 따라 작업자의 부담과 권리 범위가 달라집니다.
수정 횟수는 꼭 숫자로 적기
수정은 보통 감정이 섞이기 쉬운 구간입니다. “간단한 수정”이라는 말은 사람마다 기준이 다릅니다. 색상 변경은 간단할 수 있지만, 레이아웃 전체를 바꾸는 건 사실상 재작업일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는 무료 수정 횟수, 수정 요청 기한, 추가 수정 비용을 같이 넣는 편이 안전합니다.
- 1차 시안 제출 후 무료 수정 2회까지 포함
- 수정 요청은 시안 전달일로부터 5영업일 안에 전달
- 기획 변경, 콘셉트 변경, 원고 전면 교체는 별도 견적
- 확정 후 추가 요청은 시간당 또는 건당 비용 청구
돈 이야기는 세전·세후·지급일을 나눠서 적습니다
계약 금액은 “100만 원”이라고만 쓰면 나중에 애매해질 수 있습니다. 부가가치세가 포함인지 별도인지, 3.3% 원천징수를 하는지, 선금과 잔금 비율은 어떻게 되는지까지 적어야 실제 입금액이 맞습니다.
국세청 안내에 따르면 독립된 자격으로 계속 용역을 제공하고 받는 사업소득은 소득세 3%가 원천징수 대상이 될 수 있고, 여기에 지방소득세 0.3%가 붙어 실무에서는 3.3%라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세전 100만 원 계약이면 33,000원을 뗀 967,000원이 입금되는 방식입니다. 다만 사업자등록을 하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경우에는 부가가치세 10%를 별도로 다루는 일이 많으니 계약 전에 방식부터 맞춰야 합니다.
지급일은 “검수 후”만 쓰면 부족합니다
“검수 후 지급”은 얼핏 깔끔해 보이지만, 검수가 언제 끝나는지 정하지 않으면 대금이 계속 밀릴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노무제공자 공통 표준계약서 취지도 계약 기간, 보수 지급, 계약 변경, 해지, 분쟁 해결 같은 기본 조건을 서면으로 분명히 하자는 데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최종 산출물 전달 후 7일 이내 검수, 검수 완료일 또는 검수 기간 종료일로부터 7영업일 이내 지급”처럼 날짜가 계산되게 쓰는 편이 좋습니다.
- 총 계약금액: 세전 1,000,000원
- 지급 방식: 계약 시 40%, 최종 납품 후 60%
- 원천징수 여부: 사업소득 원천징수 후 지급 또는 세금계산서 발행
- 지급 기한: 검수 완료일로부터 7영업일 이내
- 지연 시 처리: 약정 지연이자 또는 별도 협의 절차
저작권은 “사용 허락”인지 “양도”인지가 갈립니다
디자인, 글, 사진, 영상, 개발 코드처럼 결과물이 창작물인 경우에는 저작권 문구가 정말 중요합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재산권 양도 계약서와 이용허락 계약서를 구분해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곧, 돈을 받았다고 해서 언제나 권리가 전부 넘어가는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의뢰인이 결과물을 광고에 쓰는 정도라면 사용 범위, 기간, 매체를 정한 이용허락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원본 파일과 저작재산권 전부를 넘기는 조건이라면 비용도 그만큼 달라져야 자연스럽습니다. “온라인 광고 채널에 1년간 사용”과 “국내외 모든 매체에 영구 사용, 수정·배포 가능”은 같은 가격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 저작권 귀속: 작업자 보유, 의뢰인은 계약 범위 안에서 사용
- 사용 범위: 자사 홈페이지, SNS, 광고 소재 등
- 사용 기간: 1년, 3년, 영구 등
- 원본 파일 제공 여부: 제공 또는 미제공
- 2차 가공과 재판매 가능 여부
분쟁을 줄이는 문장은 따로 있습니다
계약서에는 좋은 상황만 적으면 안 됩니다. 프로젝트가 중간에 멈출 때, 의뢰인이 자료를 늦게 줄 때, 작업자가 건강 문제로 일정을 미뤄야 할 때도 생각해야 합니다. 솔직히 이런 문구를 넣는다고 사이가 나빠지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서로를 덜 민망하게 만드는 안전장치가 됩니다.
예를 들어 의뢰인이 필요한 자료를 5영업일 넘게 주지 않으면 납기도 그만큼 자동 연장된다고 적을 수 있습니다. 계약 해지 시에는 이미 진행된 작업 비율에 따라 비용을 지급한다고 넣어두면 중간 취소 때 덜 흔들립니다. 비밀유지 조항도 필요합니다. 신제품 자료, 내부 매출, 고객 명단을 다루는 프로젝트라면 특히 그렇습니다.
- 자료 제공 지연 시 납기 자동 연장
- 중도 해지 시 진행률 기준 정산
- 비밀유지 의무와 예외 범위
- 분쟁 발생 시 협의 기간과 관할 법원
- 계약 변경은 이메일 등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합의
프리랜서계약서는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가 없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문서를 만들겠다고 버티기보다, 금액·업무 범위·납기·수정 횟수·저작권·해지 조건만 제대로 적어도 분쟁 가능성이 확 줄어듭니다. 특히 작은 프로젝트일수록 “그냥 믿고 하자”는 말이 나오기 쉬운데, 좋은 관계일수록 기준을 문서로 남기는 편이 오래 갑니다. 서로 불신해서 쓰는 문서가 아니라, 일하는 동안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한 약속에 가깝다고 생각하면 훨씬 편하게 꺼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