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잘 띄는 포스터 만드는 방법

얼마 전 동네 행사 게시판을 보다가 포스터 한 장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사진도 멋졌지만, 무엇보다 행사 이름과 날짜가 멀리서도 바로 읽혔다. 옆에 붙은 포스터는 내용이 더 많았는데도 어디부터 봐야 할지 몰라 그냥 지나쳤다. 포스터는 정보를 많이 담는 것보다, 보는 사람이 짧은 순간에 필요한 내용을 찾게 만드는 일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들기 전에 한 가지 목적부터 정하기
포스터를 열기 전에 이걸 본 사람이 무엇을 하길 바라는지 한 문장으로 적어두면 편하다. 공연에 오게 할지, 가게의 할인 기간을 알릴지, 분리배출 방법을 기억하게 할지에 따라 크게 보여줄 내용이 달라진다. 목적이 두세 개로 늘어나면 제목도 길어지고 강조할 문장도 많아져서 시선이 흩어진다.
예를 들어 동네 책 교환 행사라면 가장 먼저 보여야 할 것은 행사 이름보다 ‘언제, 어디서 책을 바꿀 수 있는지’일 수 있다. 제목 아래에 날짜와 장소를 붙여두고, 가져올 책의 기준은 그다음에 적는 식이다. 반대로 새로 여는 카페를 알리는 포스터라면 가게 이름과 위치가 앞에 와야 한다. 같은 행사 안내라도 사람들이 궁금해할 순서대로 내용을 놓으면 읽기가 한결 쉬워진다.
처음에는 넣고 싶은 문장을 전부 적은 뒤, 꼭 필요한 정보와 있으면 좋은 정보를 나눠보면 좋다. 행사 포스터라면 행사명, 날짜, 시간, 장소, 참여 방법 정도가 기본이다. 준비물이나 문의 방법은 필요한 경우에만 더한다. 종이에 붙은 포스터는 설명문을 천천히 읽는 화면이 아니니, 긴 문장은 짧고 구체적인 말로 바꾸는 편이 낫다.
멀리서도 읽히는 순서로 배치하기
사람들은 포스터를 위에서 아래로 한 글자씩 읽기보다 큰 글자와 눈에 띄는 이미지를 먼저 본다. 그래서 제목, 핵심 정보, 자세한 안내의 순서가 눈에 보이도록 크기 차이를 주는 게 좋다. 제목을 가장 크게, 날짜와 장소를 그다음 크기로, 세부 설명을 가장 작게 놓으면 자연스럽게 읽는 길이 생긴다.
배치를 시작할 때는 종이를 가로세로로 세 칸씩 나눈다고 생각해도 쉽다. 꼭 그 칸에 맞춰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목과 사진, 안내 문구가 서로 다른 자리를 차지하면 답답함이 줄어든다. 특히 종이 가장자리까지 글자를 채우지 말고 여백을 남겨야 한다. 여백은 빈 공간이 아니라 중요한 내용을 눈에 띄게 해주는 공간이다.
A3 크기로 출력할 포스터라면 화면에서 보기에 적당한 글자도 실제 벽에서는 작게 느껴질 수 있다. 제목은 먼저 크게 잡고, 날짜와 장소는 한두 걸음 떨어져도 읽히는지 확인해보자. 본문 글자를 억지로 줄여야 한다면 글자 크기보다 문장 수를 줄일 차례다. 휴대전화 화면에서만 확인하지 말고 실제 크기로 출력하거나, 화면을 축소해 전체 구성을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글꼴과 색은 적게 써야 편하게 보인다
글꼴이 여러 개면 활기 있어 보일 것 같지만, 포스터에서는 정보의 순서를 알아보기 어려워지기 쉽다. 제목용과 본문용, 두 종류 안에서 먼저 맞춰보자. 굵기만 달리해도 제목과 설명을 충분히 구분할 수 있다. 손글씨 느낌이 강한 글꼴은 짧은 제목에는 어울려도 날짜나 주소처럼 정확히 읽어야 하는 정보에는 불편할 수 있다.
색도 비슷하다. 배경색 하나, 글자색 하나, 강조색 하나를 골라 시작하면 선택이 쉬워진다. 밝은 바탕에 짙은 글자처럼 명암 차이가 큰 조합은 멀리서 보기 좋다. 노란 바탕에 흰 글자처럼 서로 밝기가 비슷한 조합은 화면에서 예뻐 보여도 읽기 어려울 수 있다. 강조색은 날짜나 신청 마감일처럼 꼭 봐야 할 부분에만 쓰는 편이 효과적이다.
사진을 넣는다면 먼저 사진 속에 글자를 올려도 되는 공간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얼굴이나 복잡한 배경 위에 글자를 얹으면 내용이 묻힌다. 사진의 빈 부분에 글자를 놓거나, 글자 뒤에 단색 면을 깔면 읽기가 편해진다. 무료 이미지를 쓰더라도 이용 조건과 인쇄 가능 여부는 확인하는 것이 좋다. 사진 한 장이 포스터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지만, 날짜와 장소를 가리면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
붙일 장소를 떠올리며 확인하기
완성한 뒤에는 화면을 보던 자리에서 잠깐 떨어져 보는 게 좋다. 2~3초 안에 무엇을 알리는 포스터인지, 언제 어디서 하는지 알 수 있는가? 친구나 동료에게 먼저 보여주고 가장 먼저 읽힌 문장이 무엇인지 물어봐도 좋다. 만든 사람은 내용을 이미 알고 있어서 빠진 정보나 어색한 순서를 놓치기 쉽다.
출력용이라면 인쇄소가 요청하는 종이 크기와 파일 형식을 확인하자. 가장자리까지 색이나 사진을 넣을 때는 재단 여유가 필요한 경우가 많고, 인쇄 결과의 색은 화면과 조금 다를 수 있다. 집에서 출력한다면 한 장을 먼저 뽑아 글자 크기와 대비를 보는 편이 안전하다. 날짜, 요일, 장소 이름, 연락처처럼 틀리면 곤란한 정보는 마지막에 다시 읽어야 한다.
포스터를 만드는 동안 자꾸 무언가를 더 넣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럴수록 붙일 장소와 지나갈 사람을 떠올려보면 선택이 쉬워진다. 잠깐 본 사람도 필요한 정보를 기억할 수 있다면, 그 포스터는 이미 제 일을 꽤 잘하고 있는 셈이다.
